실이라는 매체를 통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예술가는 무엇을 표현하는가? 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60년 전 루이스 부르주아 (Louise Bourgeois,1911~2010)가 바느질을 작업으로 상처받은 내면을 치유하였듯이 바느질, 실은 현대 미술가의 작업 안에 다양한 방식으로 스며들어 있다. 이번 <상황들 : 레이어와 틈새>전은 3명의 작가들이 실이라는 공통적인 재료를 가지고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자신의 삶 속에서 발견된 근본적인 질문들을 미학적으로 성찰하여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홍수진 작가는 작업을 통해 인간의 불완전함을 이겨내는 방안들을 연구해왔다. 작가의 작업에서 보이는 불완전한 소재, 연약함의 인상들은 작가적 체험과 방향성을 시각화한 것이다. 이번 <죽은 새를 위한 무덤> 작업은 친한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애도하고 작가 자신을 위로하는 작업이다. 풀(glue)로 실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번의 반복된 손동작을 필요로 하는데 이 과정은 기도하는 모습과 흡사하다.

홍수진_Glue process_HDvideo_00.01.25_2013
홍수진_Untitled(tomb of a bird ll)_mixed media_50x50x85cm_2018

 

이나신 작가는 고유의 두께를 가지고 있는 실과 반사하는 속성을 가진 재료들을 가지고 작업한다. 반복되는 바느질 행위로 인해 만들어지는 불완전하고 우연한 선과 형태는 재료의 속성을 강조한다. 고행과 같은 완전하지 않은 행위들이 반복되면서 시간이 지나고 그 안에서 쌓인 제스처를 통해 작가가 바라보는 세계를 보여준다. 작업하는 자의 시간과 제스처를 품은 작업은 그 에너지와 관객의 움직임과 만나 상호작용하며 비로소 완성된다.

이나신_Black Square V_acrylic, thread on canvas_70x70cm_2018
이나신_Yellow Dessin_thread on reflective fabric_49x39cm_2018

 

김진주(Jinjoo Kim Gardiner) 작가는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생활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평면 설치 작업을 통해 보여준다. 부유하는 이미지들과 실루엣 그리고 그 빈 공간을 오가는 실을 통해서 새로운 장소에서 거주하며 그 이전의 장소들을 상상할 때 느끼는 감정들 (혼란, 그리움, 괴리감) 등의 복합적인 감정을 작가의 상상력과 함께 설치작업으로 전달한다.

김진주_Investigation on Grids and Spheres(1)_Oil on linen and black wool strings_Variable size_2016

김진주_Investigation on Grids and Spheres(2)_Oil o linen, black wool strings_Variable size_2016